작지만 큰 영웅이 돌아왔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슈퍼히어로 스캇 랭(폴 러드)은 걱정이 없었다. 앤트맨으로서 인기도 최고다. 동네 주민들은 그에게 상냥하고 친절하며 자서전도 내고 동네 꼬마들에게는 최고의 우상으로 꼽힌다. 사랑하는 호프 반 다인(에반젤린 릴리)과 그녀의 부모인 재닛 반 다인(미셀 파이어),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스), 자신의 딸 캐시 랭(캐서린 뉴튼)과 화목한 가정도 이루었다. 자신에게 친절해진 세상에 한껏 만족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속을 썩이는 것은 바로 너무나 사랑하는 딸 캐시다. 다른 사람들을 돕겠다고 문제를 일으켜 경찰서에 다닌다니! 이 평화로운 한 때에 딸은 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하지만 딸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외면하는 아빠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심지어 딸은 스캇과 재닛 몰래 행크와 함께 양자 영역을 연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빠에게 자랑스레 자신의 연구 성과를 보여주는 그때 이 사실을 몰랐다가 깨달은 재닛의 외침과 함께 스캇네 가족은 '양자 영역'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또다시 마주한 양자 영역 세계에서 그들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존재들을 마주하고, 거기서 정복자 '캉'을 만나며 대적하게 된다. 과연 스캇네 가족들은 무사히 원래 세계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제발 가족끼리 대화 좀 해
이 모든 사단은 가족끼리 대화를 제대로 하지 않은 데서 온다. 마블 유니버스의 세계 특성상 그 문제로 세계의 위험까지 닥친다. 보다 보면 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말을 하라고 서로! 꼬맹이였던 캐시는 어느덧 자라 영웅인 아빠처럼 약한 자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하지만 아빠의 잔소리는 참을 수가 없다. 존경하는 아빠지만 요새 아빠는 나를 이해 못 해주는 것 같고 어쩐지 조금 못마땅하기도 하다. 그런 캐시는 결국 자신을 이해해 주는 할아버지인 행크에게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같이 몰래 양자 세계를 연구한다. 양자 세계에서 돌아온 재닛은 양자 이야기만 꺼내면 입을 다문다. 결국 재닛에게도 이 사실은 비밀로 하게 된다. 하지만 재닛이 말을 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과오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대화를 하지 않아 결국 비극을 맞이한다. 조금씩 서로 대화만 꺼냈어도 세계 평화는 위협받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럴 경우 영화는 나올 수 없겠지. 그리고 슬프게도 대다수, 아니 거의 모든 가족이 아마 대화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늘 문제가 생길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또 반성을 한다. 세계 평화를 위해 가족끼리 대화를 잘하자. 그리고 재닛은 아무리 과거에 대한 상처가 있더라도 양자 세계에 빠진 이후에도 제대로 된 설명을 계속 미룬다. 그 부분은 속 터져 죽는 줄 알았다. 재닛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
디즈니 드라마를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 이대로 괜찮은 걸까?
아이언맨1부터 계속 마블 유니버스를 봐온 오랜 팬으로서 점점 지쳐가는 것이 사실이다. 사랑하던 아이언맨을 떠나보내고 다른 어벤저스들도 하나둘씩 떠나보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마블의 영화를 보는 것은 남아있는 스파이더맨과 닥터 스트레인지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마저도 유지되기가 힘들다. 영화만 챙겨봐도 이해가 가던 시절은 이제 가고 디즈니 플러스에서 나온 드라마를 보지 않으면 영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시점까지 와버린 것이다. 이어져있는 세계관들에 빠져 즐겁게 영화들을 섭렵해 가던 시절이 있었으나 원치 않는 OTT까지 끊어가며 미리 예습 복습까지 해야 영화를 볼 수 있다고? 이건 이제 숙제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앤트맨 또한 시리즈물로서 그전 편들을 다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쿠키영상까지 이해를 하려면 디즈니 드라마 '로키'를 봐야 한다. 대충 로키의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했지만 아예 드라마 소식조차 모르고 영화만 봤던 관객은 로키가 살아있어?!라고 외칠 수도 있다. 적어도 어느 정도는 영화에 설명을 좀 해줘야 하는 거 아닐까. 이렇게 불친절해도 마블 팬이라면 다 넘어가주기 때문에 고치지 않는 건지. 많이 아쉬웠다. 아마 다음 마블 영화가 나오면 또 보러 가겠지만 애정은 전보다 못한 게 사실이다. 마블 영화라면 무조건 N차 관람을 하던 때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한 편 보고도 주변에 추천조차 안 했다. 일반인은 시도조차 못하는 진입장벽 높은 영화기 때문이다. 누군가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영화를 본다면 나는 아마 시작 전에 상대방을 앉혀놓고 2시간은 세계관과 기본 배경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마블, 이게 맞아?! 정신 차려!
그럼에도 봐야 하는 이유
이번 영화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앤트맨은 친숙하고 어딘지 허술하며 하찮지만 그래도 응원하게 되는 히어로이다. 특유의 개그코드로 웃음을 주는 영화였는데 이번엔 가족애에 집중하다 보니 예전 동료들도 안 나오고 개그요소도 앤트맨답지 않다고 느꼈다. 또한 작거나 커진 앤트맨이 일상의 물건들을 색다르게 바라보는 연출 같은 부분이 좋았었는데 이번엔 그런 요소가 별로 없었다. 그리고 가장 아쉬운 부분은 정복자 '캉'에 대한 설득력 부족이다. 영화만 보았을 때는 대체 왜 그렇게 '캉'에 대해 두려워해야 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 너무 허접스럽게 진 부분도 한몫한 것 같다. 개미떼들에 의해 허무하게 패배해 버렸고 앤트맨 한 명에게 단독으로 져버렸는데 왜 그렇게 두려워한 것인가?라는 부분 때문에 이 영화 전반적인 설득력이 떨어져 버린 것 같다. 그럼에도 이번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면 양자 세계의 신비로운 장면들이 어색함 없이 CG로 잘 구현되어 있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특히 자라난 캐시를 볼 때 감회가 새롭기도 하며 딸을 사랑하는 스캇이 수없이 분열된 가능성의 공간에서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할 때 가슴이 찡했다. 그리고 마블 유니버스를 계속 보려면 이번 영화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어벤저스들이 상대해야 할 정복자 '캉'을 이해하려면 이번 영화를 꼭 봐야 한다. 과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그래도 아직까지는 기대가 된다. 이번 허접한 '캉'이 어떻게 세계를 위협할 것인가? 다음 작품을 기다려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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