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여자와 나쁜 남자가 만나다
남자에게 지는 것은 죽기보다 싫은 여자, 여미란(김옥빈)과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톱스타지만 성인 여자라면 질색하고 항상 상대 배우와 문제를 일으키는 남자, 남강호(유태오). 사랑을 믿지 않는 둘이 만나 우연한 계기로 계약 연애를 하게 되는데, 오해로 인해 서로를 불신하며 경계하지만 차츰 보이는 모습과 다른 반전 매력에 서로에게 빠져 들고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어쩌면 뻔한 로맨틱 코미디! 그리고 배우 뺨치는 외모를 가졌지만 연기력이 부족해 배우 대신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된 도원준(김지훈)과 미란이의 절친이자 룸메이트이면서 잘생긴 얼굴만 보면 금방 사랑에 빠지는 심각한 얼빠 신나은(고원희)의 감초 같은 서브 러브스토리까지! 사랑을 하면 생각이 바뀔 수 있을까? 누군가를 믿게 될 수 있을까? 그런 사랑이 있을까? 궁금하다면 작가가 어떻게 풀어낼지 한 번 보도록 하자.
김옥빈 배우의 멋진 연기, 조금은 아쉬운 캐릭터
매력적인 배우이신 김옥빈님이 데뷔 이래 처음 맡으신 로맨틱 코미디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 중에 하나여서 로코작품에서 본다는 사실이 생소하고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때론 멋있고 때론 귀엽게 맡으신 역을 매우 잘 소화하셨는데 개인적으로는 캐릭터 자체가 조금 아쉬웠다. 작중 여미란이란 캐릭터는 매우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며 사귀었던 남자친구의 양다리로 인해 남자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캐릭터이다. 남자와 비교당했을 때 진다는 것 자체가 가장 자존심 상하는 일로 온갖 무술을 익혀 싸움에도 잘하고 당구, 오토바이, 다트, 오락, 디제잉 등 온갖 잡기에 능하면서도 운전까지 완벽하게 한다. 불의를 보면 못 참으며 자신을 무시하는 것도 절대 참지 않고 바로 응징하는 사람이다. 그중에 특히 못 참는 것은 여자를 울리는 나쁜 남자. 양다리 걸치는 남자는 자신이 꼬셔서 뻥 차버리고, 범죄를 저지른 남자는 신고하고 때론 폭력적인 보복까지 서슴지 않는다. 남자라면 근본적으로 의심부터 하며 좋아하지 않더라도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원나잇도 하고 사귀기도 한다. 그런 여미란도 돈 앞에서는 장사 없었다. 자존심 다 내려놓으며 남초 회사에서 불의를 참고 고개 숙이며 이른바 사회생활을 하고 오해로 인해 벌어지긴 했지만 계약연애의 대가로 1억을 받기로 한다. 물론 나중에 그 돈은 돌려주지만 강자 앞에서 약하고 약자 앞에서 강한 모습에 대해 비판하며 본인도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 남자를 이긴다면서 온갖 무리한 일들을 벌이는 데 수습은 생각지 않는 그저 단순무식한 행동들, 결국 나중에 보이는 소위 말하는 여성성의 대표 모습들(애교, 눈물 등)을 보이는 점 등에서 캐릭터 자체가 억지스럽고 설득력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었다.
모 아니면 도? 남자 아니면 여자?
작 중에 그려내는 다른 캐릭터들을 보면 더 아쉽다. 남강호의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 상대편 배우들을 하나같이 머리나쁘고 갑질하는 민폐 여자 배우로 만들어 놓았다. 스태프들에게는 막 대하고 잘생긴 남자에게는 꼬리 치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여자들로만 나온다. 말이 되는가? 멜로 장인이라고 불리는 남강호가 여태 만난 모든 여자 배우가 그렇다는 것이 말이다. 그런 여자들에게 남강호는 참된 인성 교육을 시전 하는 정의로운 사도다. 개념 없는 여자에게 맞는 말을 함으로써 창피하게 만드는 것이다. 남강호가 여미란에게 반하는 이유는 다른 여자와는 달라서이다. 주변 여배우들처럼 예쁜 척을 하지도 않고 남자한테 기대거나 바라지 않고 터프하며 능력 있는 모습, 민폐 끼치는 모습이 아니라 주변을 도와주는 모습. 조금 달라진 척을 하지만 전형적인 '이런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스토리이다. 뭔가 개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했으나 까보면 다를 바 없는 여혐과 편견에 찌든 내용이다. 그 무엇도 바뀌진 않았다. 한 때 유행했던, 이제는 유행도 지나버린 '걸 크러쉬'를 보여줄 뿐이다. 작중에서 남강호가 이런 대사를 한다. '멜로 작가들은 다 사이코야, 어?(중략) 저런 여자를 왜 좋아해? 멍청이 민폐 캐릭터인데, 바른 소리 한 번 하면 개념 있다고 반하고.'. 그래서 작가님은 아예 똑똑이 마초캐릭터로 여자주인공을 만드신 건가 보다. 그렇다고 반할까? 똑똑하고 마초적이면 그걸로 되는 걸까? 이런 단순한 답이 아닌 다른 방향이었으면 훨씬 더 좋은 드라마였을 것 같다. 여자들의 지향점이 마초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니깐 말이다. 캐릭터와 전하는 메시지는 아쉬웠지만 개인적으로는 김옥빈 배우님과 유태오 배우님의 귀여운 연기를 볼 수 있는 가벼운 로코 드라마로 추천하는 바이다. 특히 유태오 배우님의 귀여움은 유죄다. 앞으로 두 분 다 자주 로코에게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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